■ 보도매체 : 한국일보
엎드려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차 싶어 작은 상을 내온다. 허리가 아플 것 같아서 말이다. 그런데 척추 전문가들은 엎드리는 건 물론이고 바닥에 상 펴고 앉는 것도 척추 발달에 그리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. 특히 어른 키에 맞는 상이나 등받이가 없는 바닥에선 팔이 너무 많이 올라가거나 허리가 구부정한 자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.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은 "척추 발달에 좋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책상을 쓰길 권한다"며 "의자는 높이가 조절되며 등받이가 굽지 않고 평평한 게 좋다"고 말했다.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등을 곧게 펴고 가슴을 내민 채 앉는 게 바른 자세지만, 웬만한 사람들은 이렇게 앉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진다. 등은 점점 구부러지고 양쪽 어깨가 점점 휘어진다. 그렇게 굽어지면 더 편한 것 같지만 결국은 굽은 자세 때문에 근육통이나 거북목 같은 증상이 생긴다. 사람 몸은 원래 허리를 세우고 등을 편 똑바른 자세로 앉도록 진화해왔다.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들이 앉는 자세가 좋은 증거다. 잘 걷지는 못해도 앉혀 놓으면 허리가 꼿꼿하고 등이 곧은 자세를 유지한다. 앉아 있을 때 우리 몸을 지탱하는 건 척추만이 아니다. 척추 주변 근육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. 등을 세우고 앉으면 척추 주변 근육이 수축하면서 척추에 가해지는 힘이 줄어든다. 척추에 힘이 덜 갈수록 좋은 자세가 나올 수 있다. 돌아보면 영아시절 우리 아이도 앉혀 놓으면 딱 그 자세였다. 그땐 그 자세가 편했던 게다.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. 소파에 앉아 TV를 볼 때 엉덩이를 앞으로 쑥 빼고 구부정하게 앉는가 하면, 엄마아빠 휴대전화를 갖고 놀 땐 고개를 푹 숙이고 등을 구부려 앉는다. 상 펴고 바닥에 앉을 때도 마찬가지다. 언젠가부터 아이가 구부정한 자세를 편하게 느끼게 된 게다. 최 원장은 "태어난 직후 바른 자세로 앉던 아기들이 자라면서 점점 구부정하거나 비뚤게 앉게 되는 건 주변 어른들의 자세를 보고 배우기 때문"이라고 설명했다. 몰랐다. 내 말이나 행동뿐 아니라 무심코 취하는 자세 하나하나까지도 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. 엄마는 그렇게 일상을, 삶을 자신도 모르게 아이와 공유하게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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